하이델베르크가 점점 좋아진다. 처음 볼 때는 예쁘지만 계속 보면 질리게 된다. 이게 무슨 배부른 소리인가 싶지만, 맨날 가는 동네가 익숙하지 아름다울 수는 없는 거자나. 거의 매일 하이델베르크 성을 보면서 출근한다. 걸으면서 성에 사는 중세 기사에게 안부를 묻는다. 오늘은 어떻슈? 낭만 있남? 가끔 내가 외국에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 기분이 묘하다.

이번 달은 불편하지만 좋은 기억이 있는 강의실을 배정 받았다. 독일에 온 지 세 달째에 반을 바꿨다. 그리고 그 방에서 좋은 친구들을 만났다. 내가 철학을 공부해도 될까 고민하고 있을 때, 신은 내게 철학 전공생을 보내주셨다. 그것도 겁나 유명한 곳에서 공부하는 똑똑한 친구를 덜덜덜덜. 아시아인이 토플 만점 받는 걸 보고 넌 초사이어인이구나 했다. 그런데 철학을 공부하다니 머시쪙!!!!

어느 달은 다른 어학원이 궁금해서, 오전에는 가던데 가고 추가로 저녁 반을 다른 어학원에서 들었다. 거기서 말로만 듣던 막스 플랑크에서 연구하는 사람을 만났다. 일한다 그래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서 돈 받고 연구하는 박사과정생 덜덜덜덜. 핵물리학을 연구한다고 했는데, 너는 그게 재미있냐? 고 물으니 웃으면서 재미있다고 해서 왕 놀랐다. 프랑스에서 온 사람인데 영어랑 불어가 되니까 연구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연구소에서 돈 내줘서 걍 독일어는 취미로 배우는 것 같았다. 부부부부럽....

하이델베르크에 사는 외국인들은 주민센터에 가서 옛다 체류허가 내놔 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체류허가 스티커를 붙여준다.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샤바샤바도 어느 정도 되는 것 같다. 하지만 난 에펠하이머이기 때문에 체류허가를 신청하면 한 달은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 처리하는 게 아니라 내 서류를 바덴뷔르템베르크 주의 관청에 보내서 담당 직원이 OK하면 우리 동네 시청으로 보내준다. 작은 도시에 사는 불편함이다.

운전면허증을 교환할 때도 하이델베르거는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교통청(?)에 가면 된다. 하지만 에펠하이머랑 슈베찡어는 비스로흐라는 도시에 있는 주 교통청에 기차 타고 가야 한다. 햇님별님은 두 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별님이 박촌이랑 비교해서 빵 터졌다 키득키득.

집 구하는 게 로또라 내가 선택할 수 없다. 우리 집에 외국인이 산다고 하는데 좋아할 집 주인이 얼마나 있겠나. 하지만 햇님별님은 에펠하이머로 선택 받았다. 하하하하. 
에펠하임은 770년에 에벨렌하임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는 기록이 있다. 1400년대~1800대까지는 사람이 별로 안 살았는데 1900년대에 들어와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1973년에 하이델베르크에 편입됐는데 1998년에 독립했다. 현재 약 15000명이 살고 있고, 그 중에 독일 가구가 70%, 외국인이 30%정도다.

나는 에펠하임에서 20년 정도 사신 집주인에게 에펠하임에서 사는 법을 전수 받고 있다. 그래서 하이델베르거가 전혀 부럽지 않다. 언젠가 여기를 떠날 날이 오겠지만, 햇님별님의 독일 첫 고향인 에펠하임에 관한 글을 적을 날이 있으리라.

Von Eppelheim nach Heidelberg, Dienstag, den 03.Feb.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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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훈남 2015.02.04 07:19

만년필


만년필로 글을 쓰는 것과 키보드로 글을 쓰는 건 다른 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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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훈남 2014.12.21 07:10

어제 하루 종일 독일어로 글을 잘 쓰고 싶다고 생각했다. 외국인으로서 가진 한정된 표현과 문장. 이걸 극복하려면, 예전 작가보다 독일 현대 작가의 글을 필사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우선 피터 벡셀과 한병철의 책을 구해서 조금씩 써야겠다. 네이버 이웃 중에 지도 교수의 논문을 필사한다고 하는 분이 있다. 아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학생이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교수의 논문을 한번 시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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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훈남 2014.11.30 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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